십 년 전 어떤 날부터 오늘까지
손혜인
위로하는 것, 사과하는 것, 용서하는 것, 책임지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는 누군가를 따뜻하게 위로할 수 있는가, 잘못했을 때 올바르게 사과할 수 있는가, 그리고 누군가 사과했을 때 온전히 용서할 수 있는가, 책임진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제대로 하고 있는가. 어떤 것도 쉽지 않고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때로는 적당히 넘어가거나 잊어보려 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쉽지는 않은 것 같다.
김현 선생님의 글은 십 년 전 4월부터 오늘에 이르는 시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다. 글줄 사이사이, 단락 사이사이에 많은 것을 꾹꾹 눌러 글을 써주신 것 같았다. 말로 담을 수 없는 한숨과 침묵들이 글 사이사이에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호흡과 시간을 담는 마음으로 작업했다. 어떤 사물을 아주 가까이 보면 오히려 그 초점이 흐려져 뿌옇게 보이곤 한다. 우리의 4월과 10월을 가까이 보면 그 자체는 뿌옇게 보이겠지만 사이의 다른 것들이 선명해질지도 모른다. 천천히 읽어 내려가다 보면 기억이 나고 숨이 다시 차오를지도 모른다.
기억이 나면 유현아 선생님이 말하는 초록마녀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초록마녀가 만든 소리를 듣게 될지도 모르겠다. 작업하는 내내 초록마녀가 닦는 소리는 어떤 소리일지 계속 상상했다. 나는 아직 초록마녀를 만나지 못했지만 누군가가 바스락거리며 쪽지를 펼치는 소리는 들은 것 같다. 고이 접어놓은 쪽지들을 소중히 하나씩 펼쳐보는 어떤 순간, 그리고 그것이 어떤 소리로 만들어지는 그런 순간을 떠올리며 작업했다. 초록마녀를 만나게 되기를 고대하면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을 만든 사람들
주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기획
김덕진, 랄라, 송해진, 이미현, 이진우, 자캐오, 최정주, 한희
예술감독 권은비
아티스트 자문 및 웹페이지 홍진훤
번역 및 감수 서울셀렉션, Chaminda Kumara(스리랑카어), 김나은(우즈벡어), 엘레오노라(카자흐어), 칼릴리 파테메(이란어)
교정, 교열 이은정
디자인 손혜인 (3회차 빌보드 참여 아티스트)
참여 아티스트 김현, 유현아 (3회차 빌보드 참여 아티스트)
바닥 조명 (주)키이씨환경디자인
제작 간판의 탄생